'HBM 기술' 들고 마이크론 간 SK하이닉스 연구원

입력 2024-03-07 18:23   수정 2024-03-14 17:06

법원이 미국 반도체회사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SK하이닉스 전 연구원에 대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위반 시 하루에 1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쥐려는 글로벌업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법원이 국가 산업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기술 유출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원, “전직금지 위반…SK 경쟁력 훼손”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하루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채무자(A씨)는 오는 7월 26일까지 마이크론과 각 지점, 영업소, 사업장 및 계열회사에 취업 또는 근무하거나 자문계약, 고문계약, 용역계약, 파견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자문, 노무 또는 용역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2001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A씨는 D램설계개발사업부 설계팀 선임연구원, HBM사업 수석, HBM 디자인부서 프로젝트 설계 총괄 등을 맡은 핵심 인재로 2022년 7월 퇴사했다. A씨는 2015년부터 SK하이닉스와 매년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정보보호서약서를 썼고, 퇴직 무렵에는 전직금지 대상 경쟁업체와 금지 기간(2년) 등이 기재된 전직금지 약정서 및 국가핵심기술 등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A씨가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얼마 안 있어 마이크론에 임원 직급으로 입사한 사실이 드러났고 SK하이닉스는 작년 8월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외 거주 중인 A씨에 대한 송달 지연 등으로 7개월 만에 가처분 결정이 나왔다. 재판부는 A씨가 SK하이닉스에서 알게 된 정보가 유출될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실제로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1, 2위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5세대 HBM인 HBM3E 양산 소식을 알리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해온 4세대 HBM인 HBM3 개발을 건너뛰고 5세대 양산을 시작한 것이다. 산업계에선 A씨가 SK하이닉스에서 4세대 HBM 개발에 관여한 만큼 그가 마이크론으로 이직하면서 관련 핵심 기술도 이미 넘어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HBM 시장 규모가 올해 141억달러(약 19조원)에서 5년 후인 2029년 377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HBM을 포함한 D램 설계 관련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에 포함되기에 법원의 판결은 적법하며, 환영한다”고 했다.
○‘솜방망이’ 처벌 강화해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 기술 유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B씨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의 설계 도면, 공정 배치도 등을 빼돌려 중국에 ‘복제 공장’을 세우려다가 적발됐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은 반도체 불량을 줄이는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를 중국에 불법 수출하고 기술 도면까지 넘긴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기술 유출 범죄는 증명이 어렵고 밝혀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범죄자로선 받게 될 처벌에 비해 범죄 행위로 얻는 금전적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산업기술 해외 유출 범죄의 권고형량을 기존 최대 징역 9년에서 15년으로 상향하는 등 지식재산·기술 침해범죄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새 양형기준안을 이달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민경진/황정수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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